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
이수산나호순과 셋째 딸 홍보라
이수산나호순은 1945년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났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가족이 함안과 교토로 흩어지게 되면서 홀로 함안에서 친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개성 강한 중년의 세 딸을 둔 엄마로서, 또 제조업 공장의 운영자로서,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가득한 채 용기 있고 신나게 살고 있다. 홍보라는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후 쭉 서울에서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 창작을 가까이하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는 대신 시카고에서 예술행정을 전공한 후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예술기획 일을 하고 있다. 예술과 사회, 도시와 개인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퍼블릭아트 커미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전시공간 갤러리 팩토리(FACTORY)를 운영하였다.
추천사 서재우 (매거진 《B》 에디터)
부모 앞에서 나는 늘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는데, 엄마와 아빠는 늘 내게 다른 걸 하라고 말했다. 그게 싫어서 일부러 엄마와 아빠가 원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나는 늘 불안했지만, 불안한 감정이야말로 삶의 미덕이라고 여겼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 건 서른 중반에 접어든 시점으로, 함께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 이후다. 생각해보면 어릴 땐 나는 늘 엄마와 아빠 뒤에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내 손을 꼭 잡았고, 함께 어디든 갔다. 그런데 그 기억이 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바르셀로나와 리스본을 함께 여행할 땐 내가 엄마와 아빠 앞에 섰고, 이번엔 내가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비로소 알게 됐다. 엄마와 아빠가 왜 그렇게 나를 좀 더 안정적인 삶으로 이끌려고 했는지.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한국이 아니라고요!"
나는 그렇게 또 부모에게 목청을 높였지만, 사실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저자 홍보라가 엄마의 필살기인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소환해 정리한 글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이수산나호순의 입말 레시피가 있고, 음식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내용의 일관성 따위 한강에 던져 버리고' 책의 서문에 저자가 쓴 문구다. 이 글귀를 읽는 순간 이 책에선 어쩌면 레시피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아닌,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보였다. 그 인생을 막내딸의 시선으로 하나둘 좇다 보니, 우습게도 나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는 늘 왜 그렇게…"
여전히 나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할 자신이 없다. 함께 여행한 것도 내가 효자이기보다 그저 내가 본 세상을 엄마와 아빠에게 관철시키고 싶었다. "아들은 이제 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내뱉는 게 내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서, 낯선 이국의 땅을 함께 밟으며 걸었다. 그곳에서만큼은 내가 부모보다 앞선 존재였기에 나의 삶을 부모도 믿고 따를 것 같았다. "아들아 저게 뭐니? 아들아 어쩜 하늘이 이러니, 아들아 나는 여기가 참 좋다"라고 쉼 없이 내뱉는 엄마와 아빠의 말 앞에서 내가 느낀 건 불안이 아닌, 안정이었다.
"그러니까 아들은 이제 좀 괜찮아요."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의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 심장이 '덜컥' 했다. 내가 아는 저자는 작금의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시각적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의 책에 추천사를 맡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엄마의 인생 레시피라니! 이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일단 나는 부모에 대해서, 음식에 대해서 뭘 잘 쓸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는 이수산나호순의 맛있는 요리가 아닌 내 부모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다짐했다. 의미야 어쨌든 간에 이제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깨우는 책은 세상에 많겠지만, 그 책이 내 눈앞에 놓일 확률은 많지 않다.
저자의 담백한 글에선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무자비하게 밟는 택시에서 느끼는 울렁거림이 아닌,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울렁거림에 가까운, 기분 좋은 감정이다. '남이 뭐라든'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 동시에 항상 다양한 '남'에게 곁을 내준 이수산나호순의 삶과 그의 음식은 어쩜 지금 우리에게 건넨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 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흔히 따라붙는 '희생'과 '헌신' 같은 단어나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에 앞서, 내 노년도 엄마의 그것처럼 즐겁고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해 줬다는 사실에, 또 엄마를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한다."
저자의 에세이 중 일부로 추천사를 마치려고 한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전문 작가의 글로 채워진 책이 아니기에 매번 책 속에 담긴 문장이 올바른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씩씩하게 살아온 엄마의 삶과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본 딸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홍보라
발행 보따리
사이즈 145X210cm
사양 150쪽
가격 16,000원
ISBN 9791187970071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
이수산나호순과 셋째 딸 홍보라
이수산나호순은 1945년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났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가족이 함안과 교토로 흩어지게 되면서 홀로 함안에서 친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개성 강한 중년의 세 딸을 둔 엄마로서, 또 제조업 공장의 운영자로서,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가득한 채 용기 있고 신나게 살고 있다. 홍보라는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후 쭉 서울에서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 창작을 가까이하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는 대신 시카고에서 예술행정을 전공한 후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예술기획 일을 하고 있다. 예술과 사회, 도시와 개인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퍼블릭아트 커미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전시공간 갤러리 팩토리(FACTORY)를 운영하였다.
추천사 서재우 (매거진 《B》 에디터)
부모 앞에서 나는 늘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는데, 엄마와 아빠는 늘 내게 다른 걸 하라고 말했다. 그게 싫어서 일부러 엄마와 아빠가 원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나는 늘 불안했지만, 불안한 감정이야말로 삶의 미덕이라고 여겼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 건 서른 중반에 접어든 시점으로, 함께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 이후다. 생각해보면 어릴 땐 나는 늘 엄마와 아빠 뒤에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내 손을 꼭 잡았고, 함께 어디든 갔다. 그런데 그 기억이 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바르셀로나와 리스본을 함께 여행할 땐 내가 엄마와 아빠 앞에 섰고, 이번엔 내가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비로소 알게 됐다. 엄마와 아빠가 왜 그렇게 나를 좀 더 안정적인 삶으로 이끌려고 했는지.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한국이 아니라고요!"
나는 그렇게 또 부모에게 목청을 높였지만, 사실 그 순간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저자 홍보라가 엄마의 필살기인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소환해 정리한 글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이수산나호순의 입말 레시피가 있고, 음식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내용의 일관성 따위 한강에 던져 버리고' 책의 서문에 저자가 쓴 문구다. 이 글귀를 읽는 순간 이 책에선 어쩌면 레시피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아닌,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가 보였다. 그 인생을 막내딸의 시선으로 하나둘 좇다 보니, 우습게도 나의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는 늘 왜 그렇게…"
여전히 나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할 자신이 없다. 함께 여행한 것도 내가 효자이기보다 그저 내가 본 세상을 엄마와 아빠에게 관철시키고 싶었다. "아들은 이제 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말을 내뱉는 게 내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서, 낯선 이국의 땅을 함께 밟으며 걸었다. 그곳에서만큼은 내가 부모보다 앞선 존재였기에 나의 삶을 부모도 믿고 따를 것 같았다. "아들아 저게 뭐니? 아들아 어쩜 하늘이 이러니, 아들아 나는 여기가 참 좋다"라고 쉼 없이 내뱉는 엄마와 아빠의 말 앞에서 내가 느낀 건 불안이 아닌, 안정이었다.
"그러니까 아들은 이제 좀 괜찮아요."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의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 심장이 '덜컥' 했다. 내가 아는 저자는 작금의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시각적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의 책에 추천사를 맡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엄마의 인생 레시피라니! 이보다 더 부담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일단 나는 부모에 대해서, 음식에 대해서 뭘 잘 쓸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는 이수산나호순의 맛있는 요리가 아닌 내 부모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다짐했다. 의미야 어쨌든 간에 이제는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깨우는 책은 세상에 많겠지만, 그 책이 내 눈앞에 놓일 확률은 많지 않다.
저자의 담백한 글에선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무자비하게 밟는 택시에서 느끼는 울렁거림이 아닌, 서프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울렁거림에 가까운, 기분 좋은 감정이다. '남이 뭐라든'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 동시에 항상 다양한 '남'에게 곁을 내준 이수산나호순의 삶과 그의 음식은 어쩜 지금 우리에게 건넨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봐도 엄마에게 가장 감사하는 것은 엄마가 내게 해 준 맛난 음식, 좋은 옷, 좋은 교육, 다양한 경험 같은 여러 혜택보다도, 인생의 매 순간 나이 따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산 엄마 자신의 삶 그 자체이다. '엄마'라는 단어에 흔히 따라붙는 '희생'과 '헌신' 같은 단어나 괜스레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같은 감정에 앞서, 내 노년도 엄마의 그것처럼 즐겁고 다채로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해 줬다는 사실에, 또 엄마를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는 풍요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앞선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사하고 감사한다."
저자의 에세이 중 일부로 추천사를 마치려고 한다. 《맥시멀리스트 이수산나호순의 인생 레시피》는 전문 작가의 글로 채워진 책이 아니기에 매번 책 속에 담긴 문장이 올바른 문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씩씩하게 살아온 엄마의 삶과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본 딸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홍보라
발행 보따리
사이즈 145X210cm
사양 150쪽
가격 16,000원
ISBN 9791187970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