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아티스트 듀오 란디와 카트린(Randi & Katrine)의 <Transformertower Longings (변압타워의 모험)> 전시가 팩토리2에서 열린다. (2023. 3. 23. ~ 4.23.) 2009년 이후 15년 만에 팩토리2에서 준비한 이들의 본 단독전은 통상 ‘공공미술(public art)’ 하면 즉각적으로 떠올리는 거대한 조형물에 관한 개념을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건축물의 형태를 띈 ‘착용 가능한 조형물(wearable sculptures)’이 특정 도시에 개입하는 순간 변화하는 도시의 다이내믹을 추적한다. 또한 이러한 해프닝을 통한 도시 속 맥락의 확장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란디와 카트린은 한국 문화와 맥락 안에서 건축물의 모습을 한 작품을 여러 점 소개하며, 이러한 조형물이 거리에 등장하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도시풍경과 맥락을 기록한 퍼포먼스 영상을 전시한다. 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을 평면으로 확장한 실크스크린 작업을 팩토리에디션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몸의 연장으로서의 집
<Transformertower Longings (변압타워의 모험)> 프로젝트는 여전히 거대 조형물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 퍼블릭아트의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이는 하나의 퍼블릭아트가 작품 혹은 특정 행위로서 도시에 개입했을 때 변화하는 해당 장소의 다이내믹, 그리고 익숙했던 도시 속 다양한 맥락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조각을 몸으로 직접 착용한 상태에서 작가 혹은 퍼포머는 몸을 통해 예술을 감각하는 경험을 하게 되며, 이를 너머 개인이 퍼블릭아트가 되고 그러한 해프닝 또한 직접 경험한다.
인체와 조각의 관계는 때로는 살아 있는 조각과 조형물로서의 인간으로 전환되곤 한다. 거대하고 견고한 조각 작품이 움직이고 착용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을 때 관객은 이를 더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그 순간을 소유하는 경험을 갖는 것이다.
란디와 카트린은 상실감과 슬픔을 상상의 건축물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특히 아주 가까운 과거조차 쉽게 지워버리는, 급격한 도시풍경 변화의 표상이 되어버린 서울에서 느끼는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서울을 상징하는 이번 새로운 작품은 ‘착용 가능한 조형물(wearable sculpture)’로 제작했다. 이를 착용한 퍼포머가 거리를 활보함으로써 일시적이나마 특정 장소에 개입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 풍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퍼포먼스는 영상으로 기록하여 전시 동안 조형물과 함께 전시한다.
이번 <Transformertower Longings> 전시를 통해 공공 공간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일시적인 개입이 퍼블릭아트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되길 희망한다.
란디와 카트린은 전 세계 여러 사이트에서 영구적으로 혹은 임시적으로 대규모 퍼블릭아트를 제작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의 팩토리2에서는 퍼블릭아트를 도시 일상으로 끌어들여와 예기치 않은 개입을 통해 기존의 퍼블릭아트의 통념을 뒤집고자 하며, 이는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시도이다. 또한 이들은 이미 다수의 작품을 한국의 서울, 함양, 광명의 공공장소에 작품을 설치한 바 있지만, 정작 한국 관객과 직접 만나고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 본 프로젝트와 전시에서는 한국의 비디오그래퍼, 퍼포머, 그래픽 디자이너, 스크린아트 에이전시 등과의 협업을 통해 각기 다른 한국 내 도시 풍경이 기록될 예정이다.
란디와 카트린, 그리고 팩토리2
덴마크 왕립미술학교 졸업 후 2004년부터 조각, 설치미술, 공공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 듀오 란디와 카트린은 사람과 건축, 자연의 관계를 다루면서 사물과 건물을 의인화한 설치 작품을 제작해 왔다.
팩토리의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눈을 깜빡이는 거대한 얼굴의 형상이 있다. 집은 얼굴을 획득하고 지붕 위의 눈은 도시의 삶을 따라 움직인다. 란디와 카트린은 <House in Your Head>(2009)를 통해 우리가 집과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우리의 시선에 화답하는 집의 표정을 강조한다. 이후에도 이 아티스트 듀오와 팩토리는 단단한 관계의 타래를 바탕으로 서울, 함양, 광명 등에서 상설 혹은 임시의 퍼블릭아트를 함께 작업했다. 2013년 팩토리가 새롭게 접근한 <라운드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함양 상림공원에 타워이자 사람인 <타워맨>을 제작해 앉혔다. 이 작품은 거대한 사람의 시선으로 공원을 이용하는 다양한 존재들을 바라보며 도시와 숲,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결고리로 구축되어갔다. 그리고 2021년 광명 유 플래닛에 설치한 <Forest>를 통해 도시 공간에 휴식의 장소로서 나무 아래의 여유 공간을 조성했는데, 거대한 스케일의 조각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상력 가득한 도시의 의인화를 통해 엉뚱하면서도 묘한 감각과 동화적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2023년 <Transformertower Longings>을 기점으로 란디와 카트린은 한국에서 진행했던 작품들을 방문하는 것 또한 기록한다. 공공 장소의 조형작품을 일시적이고 단절된 예술품이 아닌, 지속적이고 오픈된 형식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또한 이들의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는 란디와 카트린, 그리고 팩토리2의 15년이라는 오랜 우정과 파트너십을 기념하기도 하는 것으로, 관계와 지속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팩토리의 태도이자 기획의도가 담긴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