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순간은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깃드는 흔적(trace)이다. 그것은 타인의 삶이 나의 삶에, 동시에 내가 타인의 삶 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기억과 경험의 형태에 관한 이야기를 강주성 디자이너는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담아왔다. 이번 『타인의 삶 2』에서는 타인과의 교류가 남긴 흔적을 주제로 열두 창작자의 사진과 에세이를 책으로 기록했다. 가족과 친구, 생명과 사물, 일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 과거와 미래, 전혀 모르는 사람 그리고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는 자신(自身)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삶》은) 흘려보낸 과거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억과 몸짓으로 삶에 남겨진 것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경험의 막연한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보게 한다. 책 출간을 기념하는 전시 <Traces>는 책의 흔적을 공간에 재구성했다. 유리에 비친 목차의 그림자가 드리운 노란 색 벽을 따라 느슨하게 교차하는 문장과 오브제, 빛과 이미지, 그리고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시간은 새로운 흔적이 된다. [글: 이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