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를 주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자연스레 균으로 이어졌다. 균은 비가시성과 확산의 공포로 멸균의 대상이기도, 일용할 양식의 매개물이기도, 건강보조제의 주성분이 되기도 한다. 균의 유용함과 유해함을 떠나 발효와 부패를 비롯한 여러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균의 생사는 알고 보면 죽음을 포함하는 인간의 삶 그 자체이다.
요리사에게는 맛의 깊이를 주는 방법으로, 먹는 이에게는 시간의 맛이 담긴 속이 편한 음식으로, 기획자에게는 은유적 용어로, 산모에는 자신의 뱃속에서 느껴지는 태동으로, 가려움을 느끼는 이에게는 피부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으로, 예술가에게는 인간 내외부의 구멍들과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적인 유기체로, 농부에게는 협력자로, 과학자에게는 환경의 순환자로서 균은 개개인이 처한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인지된다.
<발 밑의 미래>는 전시장 안의 균을 금기시하지 않고 생활에 얽힌 균 이야기를 수렴하기보다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로이 발산시켜 함께 존재하는 이들과의 관계 안에서 현재의 삶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미래의 당연한 끝은 죽음이다. 미래는 우리보다 앞선 것이 아니며, 발 아래는 물론이고 살갗과 세포 사이사이, 숨결에 속속들이 존재하는 균의 생사처럼 현재에 존재한다. 미래는 우연들이 쌓여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실은 다양한 개체와의 공생 관계의 연속이며, 이를 잘 유지해가야만 후에 자명한 죽음에 다다랐을 때 ‘좋은 삶’이었다고 균과 함께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우리는 현재에 발 붙이고 지금의 공존 상태를 인지하며 '함께하기'를 고민한다.
[안아라, 팩토리 콜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