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정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림을 그리는 것, 그중에서도 매체를 좀 더 좁혀, '회화 작업에 대한 프랙티스란 어떤 것일까'에서 시작했다. 그 물음에 대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주제와 방법을 돌고 돌아 작업의 ‘설치(Installation)’, 그리고 ‘사막, 나무늘보, 빵, 사람과 같은 것들’에 이르렀다. 전시를 앞둔 작가에게 설치란, 관객에게 보이기까지의 완결된 전시 이면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해야하는 공통 과제이자 중요한 역량이기도 하다. 이에 더하여 사막, 나무늘보, 빵, 사람이라는 서로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모두 작가가 평소 좋아서 그린 것들, 곁에 두고 바라보고 싶은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그런 이유인지 작업을 보는 이들에게도 쉽게 공감을 일으킨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힘을 뺀 작가의 그림들은 곁에 두고 자꾸 눈을 두어도 쉽게 싫증이 가지 않고, 일상에 잘 스미는 동시에 작업 고유의 완결성을 갖는데, 이는 그만큼 작가의 끊임 없는 드로잉 연습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엄유정 작가의 수많은 작업들을 한 데 모아 전시한다. 각기 다른 맥락과 장소에서 그려온 그림들이 이번 갤러리 팩토리를 또 하나의 ‘작업 공간’으로 삼아 설치되는 과정은 타임랩스와 스틸컷으로 기록된다. 혹자에겐 작품 수가 많은 어느 작가의 행복한 고민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Installation Practice>가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전시)’의 방법론과 과정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계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 관계자 모두의 과제이기에 궁금해 마지않는 이번 프랙티스의 결과와 과정이 어느 때보다 궁금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