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적인 퍼포먼스와 사운드 작업을 해온 작가 배민경이 오로민경이라는 이름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전시이다. 지금까지 작가가 한 개인으로서 자연, 공동체, 사회를 바라본 태도와 본인 스스로 질병을 겪으며 응시해 온 시간이 포개져있다. 아픈 여성 과학자인 ‘영인’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타인 또는 사회가 규정하는 신체적 한계와 기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 그 위에 얹혀 진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장치들은 관객의 개입을 통해 작동 된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하나의 움직임이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보는 행위로 인해 움직임이 일어난다. 전시장 내에서 관객이 사용하는 시각적 감각은 청각적 감각으로 연장되거나 촉각적 감각은 시각적 감각으로 귀결기도 한다.
그것이 보는 감각이던 듣는 감각이던 단 하나의 감각을 통해서도 작가 오로민경이 세심하게 펼쳐놓은 작은 움직임과 번지는 빛, 미세한 소리와 떨림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작가 스스로가 다른 이들, 일명 ‘오로민경의 친구들’ 과 함께 공동의 기획, 작업, 협력임을 드러내며 그들과 준비한 결과물로서의 전시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공동체가 어떤 모습일지 슬며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