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있는 모든 식물은 한때 신종이었다.’
자연은 변화하고, 인간에 의해 새로운 식물 종은 계속 발견된다. 새로이 발견된 식물에는 곧 이름이 붙여지고, 그림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식물학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적인 일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아직 이름이 없는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기록해 그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신종일 거라 예상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지만, 이미 이름이 있는 종인 것이 확인되어 발표가 취소되면서 그림 그린 일이 소용 없어지거나, 이미 외국에 기록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만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으로 발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0년 이후 한국에서 발견된 신종 식물 중 작가가 도해도를 그린 속단아재비(2014), 울릉바늘꽃(2017), 한국앉은부채(2021) 그리고 미기록종인 백약이참나물과 성긴포아풀 등의 그림과 그 과정의 데이터를 소개한다.
신종, 그 후의 역사
꽃이 흰색을 띠는 흰민들레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파견된 조선총독부 소속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명명했다. 그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에서 채집된 흰민들레 표본 상당수는 도쿄대학교 표본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흰민들레는 정원의 관상식물로, 몸을 낫게 하는 약용식물로, 피부를 좋게 하는 화장품 원료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흰민들레 발견 초기 표본과 활용 현황을 소개한다.
숲에 살던 신종 식물은 인간에게 발견된 후 자원화 가치를 부여받아 이후 증식되고 육성되어 새로운 형태를 갖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이용한다.
인간이 만드는 신품종 식물
인간은 이용을 목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식물을 만든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라봉, 신고배, 은천참외 등은 숲에 있던 식물을 인간이 변형해 만든 것이며, 이들 또한 과거에는 신품종이었다. 식물세밀화가는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 품종들의 형태 차이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17년부터 농촌진흥청과 협업해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신품종 식물 그림 또한 소개한다. 이들은 2017년 작가가 기록하던 당시엔 알려지지 않은 신품종 식물이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은 마트와 시장의 과일 매대에서, 그리고 음료수와 술의 형태로 쉽게 이 식물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