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너머 ‘저 곳’을 상상할 때, 나 아닌 다른 존재와 조우할 때 삶은 조금 더 기대되고 흥미로우며 확장된다. 전시 《메밀밭 끝나는 곳 너머》는 자연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인간과 동반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다양한 시선을 보여준다. 메밀꽃과 문학이 만나는 봉평에서의 이번 전시는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산, 물, 들, 바람을 삶의 조건 삼아 일평생을 자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담은 사진 작품들과(리따 이코넨x캐롤리네 요르쓰), 이제는 노인이 된 콧등미술관의 전신인 덕거 국민학교의 1회 졸업생들과 덕거리 마을 사람들, 정물을 담아낸 사진 작업(박현성x황예지), 메밀꽃을 풍경이 아닌 식물학적으로 접근한 세밀화 작업(이소영)과 자연의 유기적인 요소를 그래픽적인 오브제로 표현한 작품(서울로) 등 네 팀의 작업을 선보인다.
누군가의 삶의 단면, 멈춰 선 풍경들은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때로는 보편적인 일상의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봉평의 아름다운 풍경 너머 선명하게 움직이는 존재들, 살아있는 기억들, ‘너머'를 그려보는 상상들을 함께 나누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