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생각하는 사물과 환경, 특히 그 안에 갇힌 사회적 관념에 강박적으로 강요되는 것들에 끊임없이 의문과 의심을 던져온 박승혁 작가의 개인전이 팩토리2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특정 주제에 몰두해 오랜 시간 준비한 두괄식이 아닌, 그간 마주해온 사건과 생각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이들이 한 데 모여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언어를 지켜보는 미괄식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이 체화한 관습화된 의미들이 이번 전시와 작품을 통해 어떠한 새로운 언어를 획득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을지, 날카롭고 서늘한 의심의 눈초리를 가득 품고 전시장에서 나름의 현실 공간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대상의 양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분리의 가능성이나 고유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관객은 다른 모양을 하고 같은 이름을 가진 사물들 사이에서, 또는 같은 모양을 가지고 다른 이름을 가진 사물들 사이에 자신을 놓아둠으로써 두 사물이 가진 정보에 의문을 품고, 자연적으로 자신이 인지하는 모든 방식을 동원하여 그들의 관계를 탐색하게 된다.
또한 소통의 자리이자 거리감을 유지하는 창구에서 비롯한 작업들은 관계에 있어서 투명함 그리고 불투명함의 모순을 보여준다. 드로잉 작품들은 원본의 그림을 뒤덮고 그 위에 새로운 내용을 기록하되, 아래의 레이어를 들추어내며 기억의 순환 방식을 지시한다.
모든 작업은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며 끊임없이 의심을 발동시킨다. 이는 단지 무언가를 낱낱이 밝히거나 구별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시작일뿐, 관습적인 의미에서 벗어나되 사라지지 않고 분리된 채 자리하는 ‘관습’과 ‘의미’ 그리고 ‘언어’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확장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