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우리가 익숙하게 머물던 공간을 낯선 형태로 마주했을 때 느끼는 반가움에서 출발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장소라는 조건 속에서, 매일의 생활이 반복되며 흔적을 남긴 거실 바닥을 마치 쪽지처럼 접어 다른 장소로 가져가 펼쳐보는 방식을 실험했다. 이는 특정한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도보다,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이 어떻게 다른 형태로 번역될 수 있는지 묻는 과정에 가깝다.
시작은 숫자와 얼굴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이었다. 딸이 두세 살 되던 무렵, 친정엄마가 아이에게 숫자와 이름을 가르쳐주며 그린 낙서를 액자에 넣어 집 안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벽 한쪽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그 액자와 액자가 걸려 있던 장소를 전시장으로 옮겨보았다.
크고 작은 장난감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던 거실 바닥을 50x50cm 크기의 얇은 알루미늄 판으로 나누고 93개의 판에 경첩을 달아 접고 펼 수 있는 구조로 바꾸었다. 늘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고 믿어온 바닥이 기울어지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던 평면이 접히는 순간,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구조가 된다. 거실에 모로 누워 몸을 틀고 잠시 바닥에 머물 때, 공간은 더 이상 배경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취하는 하나의 태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