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 준비와 연습이 작업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새로운 날씨 드로잉을 제작하기 전, 작업실에 남겨진 몇 가지 재료로 사물 만들기와 그리기를 통해, 다음 작품을 위한 체력을 보충하던 과정의 중간 매듭이다.
0.0> 만들기
도자기로 색과 형태를 다루며 일종의 ‘만들기’ 를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흙과 먼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공예를 중심으로 언제나 ‘주어진 것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회복기의 노래’ 전시는 그런 나의 미술인으로서 초심을 복기하는 과정이다.
0.1> 2022년부터 시작된, 날씨 드로잉 리추얼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색연필로 날씨를 드로잉하기 시작했다. 내게 날씨는 마치 종교와도 같이 몸으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색과 형태의 집합소이다. 매일 날씨 일기를 쓰고, 일부를 색연필로 옮기는 일, 이것이 나의 리추얼이자 주된 작업 활동이다.
0.2> 날씨를 드로잉으로 발산하기 이전, 내실 다지기
이번 전시 작품은 차가운 공기로 근육이 서서히 움츠러드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준비되었다. 제작 과정은 ‘작은 것부터 섬세하고 촘촘하게’라는 마음가짐이 반영되었다. ‘날씨’를 드로잉으로 풀어내 발산하기 전에, 중간 태도 점검, 내실을 다지는 준비 운동에 가까운 전시이다.
0.3> 내실 다지기를 위한, 부산물 돌보기
전시장에 놓인 세 가지 범주의 작품은 _01길거리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몸에 걸칠 수 있는 빗자루 만들기, _02 날씨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변화한 신체 내부 환경 드로잉, 그리고_03 색연필 드로잉을 위해 깎여 나온 색연필 나무 조각이다.이들은 내게 꺾인 존재, 탈락한 존재를 상징하며, 동시에 내게 주어진 남은 존재들이기도 하다.
0.0> 다시 만들기
결국, 이번 전시는 생명력이 잠잠한 겨울 동안 지나온 시간의 부산물로 남겨진 존재들을 세심하게 보듬는 과정이다. 이는 언제나 내 초심이었던 ‘주어진 것을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태도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새로운 날씨 드로잉을 시작하기 전의 체력을 다지는 시간, 회복을 연습하는 시간이다.